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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공간의 온도> 네이버 그라폴리오 감성에세이

멍무 2017. 5. 23. 02:1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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처음으로 내 방에 침대가 생기고, 책상이 생기고

어느 날 집에 오니 엄마가 칙칙했던 내 방 커튼대신 밝은색의 커튼을 창문에 달아줬던 기억이 난다.

어른이 되면서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하루 중 내 방에서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었지만

나의 방을 가만히 보고있노라면 어린시절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.


누구에게나 각자의 소중한 공간이 있을 것이다.

가장 가깝게는 내 방, 우리집, 집 앞 골목길, 학교 놀이터, 자주가던 분식집 등등등...




네이버 그라폴리오 연재작 <공간의 온도>는 박정은 작가의 감성에세이다. 글과 그림 모두 그렸으니 그림에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.

작가는 본인에게 소중한 공간들을 이 책에 담았다. 


작가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쭉 자라면서, 

방의 책상부터 집, 동네 가게들 그리고 가깝게 걸어갈 수 있는 서울과 조금 멀리 걸어야 하는 서울, 그리고 서울과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곳까지 작가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던 공간을 소개한다. 


이 곳은 어떤 곳이고 무엇이 유명한지, 어떻게 찾아가야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.

그저 이 곳을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들고 어떤 감성을 주는지 이 곳은 작가에게 어떤 의미인지 공간 하나하나에 대한 작가의 세세한 기억들을 읽을 수 있다.


나 역시 작가처럼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쭉 자랐고 걷는 것을 좋아해서

집에서 좀 먼 학교를 다녔던 고등학생 때는 한시간 반 정도를 걸어서 집에 오곤 했다.

작가와 비교적 가까운 동네여서 겹치는 공간도 굉장히 많았고,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더욱 공감이 갔다.


내가 건축을 공부하고 싶었던 여러 이유 중 하나는

사라지는 공간의 소중한 기억들을 좀 더 특별하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서였다.

아름답고 기능적인 건물을 튼튼하게 짓고 보존해서, 그 공간에서의 아련한 기억들을 꺼내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다시 그 곳에 갈 수 있도록.

풋풋했던 시절 한없이 감성적으로 출발한 건축공부는 하면 할수록 감성과는 멀어지지만

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되었다.


추운 겨울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었다.





2016.12.23 씀.




공간의 온도
국내도서
저자 : 박정은
출판 : 다온북스 2016.12.12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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