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사랑하면 보인다> KBS 다큐멘터리 3일이 발견한 100곳의 인생 여행
10년이 훨씬 넘은 초등학생 시절, 나는 일요일 밤에 <개그콘서트>를 보고 일주일을 마무리했다. 요즘에도 종종 일요일 밤에 집에 있으면 개콘을 보곤 하는데, 지난 주에 900회 특집을 하는 걸 보니까 괜히 오랜 세월이 느껴져서 뭉클하기도 했다.
그리고 언제부턴가 일요일 밤에 개콘을 볼 때면, 개콘 끝나고 <다큐멘터리 3일>을 이어서 봤다. 72시간 동안 우리나라 어느 한 장소를 취재해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데, 우리나라의 구석구석을 알 수 있다. 이미 가봐서 알고 있는 곳이 나올 때는 반가운 마음으로, 전혀 몰랐던 곳이 나오면 나중에 가보고 싶은 마음으로 보게 된다.
다큐멘터리 중에서 내가 이 프로그램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,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경치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, 결국 그 안에 살고 있는 '사람들'을 보여주기 때문이다. 가장 기억에 남는 편은 서울의 여러 대학교를 지나는 '273번 버스'였는데, 당시 나도 대학생이라 공감이 많이 되어 더욱 몰입하여 봤다. 나오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다 열심히 하루를 살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따뜻해진 마음으로 일주일을 기분좋게 마무리하고 새롭게 얻은 에너지로 월요일을 시작한다.
<다큐멘터리 3일>도 어느덧 10년이 지나 500회를 맞았다고 한다. 이 책은 바로 그 다큐3일 제작진이 500회를 맞이하여 10가지 테마로 100곳을 추려낸 책이다.
- 다시 열정을 불어넣는 곳,
- 언제나 가슴이 설레는 곳,
- 몰입의 즐거움을 주는 곳,
- 먹고 싶고 맛보고 싶은 곳,
- 다른 인생에서 지혜를 배우는 곳,
- 엄마의 품속 같은 곳,
- 땀 흘릴 용기를 주는 곳,
- 옛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곳,
- 말없이 위로해주는 곳,
- 자존감을 되찾아주는 곳
이렇게 10가지 테마로 대한민국 100곳이 담겨 있어서 책 한 권이 보물같이 느껴진다. 책을 읽는 내내 당장이라도 국내여행을 떠나고 싶을 정도로 가보고 싶은 곳이 한 두 곳이 아니었다. 내가 대학생일 때 이 책을 만났다면 책에 나온 10가지 테마로 10번의 내일로 기차여행을 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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